달에 남은 다섯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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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마을회관에서 그림자극이 열려요. 누리는 커다란 달 앞을 뛰어가는 토끼 역할이에요. 동생 나래에게 가장 멋진 장면을 보여 주기로 약속했지요.

공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누리는 간식으로 버터를 바른 옥수수를 냠냠 먹었어요. 손가락이 반질반질해졌지요.

“누리야, 달을 붙이기 전에 손부터 씻자.” 친구 도담이가 말했어요. 누리는 수도꼭지를 틀었어요. 쏴아아! 손을 물에 휙 넣었다 빼고는 서둘러 달려왔지요.

“비누는?” “물로 씻었잖아. 봐, 깨끗해!” 누리가 두 손바닥을 펼쳐 보였어요. 도담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공연 종이 딸랑 울렸어요.

누리는 하얀 종이로 만든 달을 들어 올렸어요. 어라? 달 가장자리에 동그란 얼룩이 생겼어요. 누리는 손가락으로 얼룩을 문질렀어요.

얼룩 하나가 둘, 셋, 넷! “이 종이, 이상해.” 누리는 새 종이를 꺼냈어요. 그런데 새 달에도 얼룩이 따라왔지요.

“누리야, 네 손이 반짝여.” 도담이가 가리킨 손끝에는 버터기가 남아 있었어요. 누리는 얼른 손을 등 뒤로 감추었어요. “조명 때문일 거야.”

그때 조명이 켜졌어요. 탁! 하얀 달에 묻은 자국이 커다랗게 비쳤어요. 동그란 달 한가운데, 다섯 손가락 모양이 떡하니 나타났지요.

관객석에서 나래가 외쳤어요. “언니, 달에 손이 붙었어!” 누리의 귀가 빨개졌어요. 토끼가 뛰어갈 달이 괴상한 손바닥 달이 되어 버렸거든요.

누리는 달을 뒤집어 보았어요. 뒤쪽에도 자국이 보였어요. 소매로 문질렀더니 종이만 구겨졌지요. “이제 어떡하지?”

무대 뒤 시계 바늘이 똑, 똑 움직였어요. 다음 장면까지 한 곡밖에 남지 않았어요. 누리는 남은 별 종이를 집으려다 손을 멈추었어요. 이 손으로 만지면 별에도 자국이 생길 테니까요.

“내 손에 버터기가 남아 있었나 봐. 물로만 휙 씻고 왔거든.” 누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도담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달은 내가 붙잡고 있을게. 넌 손을 다시 씻어 와.”

누리는 세면대로 달려갔어요. 이번에는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지요. 손가락 사이에도 미끈미끈한 느낌이 남아 있었어요. 물은 지나갔지만, 버터기는 아직 붙어 있었던 거예요.

누리는 손을 물에 적시고 비누를 눌렀어요. 퐁! 손바닥을 쓱쓱, 손등을 쓱쓱. 손가락 사이와 손톱 주변도 빼놓지 않았지요.

거품이 손 구석구석으로 퍼졌어요. “비누야, 꼭 붙은 것도 떼어 줄 수 있니?” 누리는 비누를 문지르며 물었어요.

거품은 손에 붙은 기름기와 때를 떼어 내는 걸 도와줘요. 눈에 보이지 않는 균도 물만 쓸 때보다 더 잘 씻겨 나가게 하지요.

누리는 천천히 스무까지 세며 손 구석구석을 꼼꼼히 문질렀어요. 그러고는 흐르는 물에 거품을 헹구고, 깨끗한 수건으로 손을 말렸지요. 이번에는 손끝이 미끈거리지 않았어요.

무대로 돌아오니 도담이가 구겨진 달을 들고 있었어요. “손은 깨끗해졌는데, 달은 어떡해?” 새 달을 만들 시간은 없었어요. 무대 밖에서는 나래가 토끼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누리는 달의 다섯 손가락 자국을 찬찬히 보았어요. 가운데 하나, 둘레에 넷. 마치 작은 구덩이 다섯 개 같았어요. “도담아, 별 다섯 개만 줘!”

누리는 깨끗한 손으로 별을 오려 달 둘레에 붙였어요. 그리고 구겨진 자리에 종이 토끼가 숨을 작은 언덕을 만들었지요. “달나라 탐험으로 바꾸자!”

음악이 끝나자 누리가 달을 높이 들었어요. “토끼야, 저건 뭐야?” 도담이가 물었어요. “달나라의 다섯 구덩이야! 하나씩 뛰어넘어 볼래?”

토끼가 첫 번째 구덩이를 폴짝! 두 번째도 폴짝, 세 번째도 폴짝! 마지막 다섯 번째에서 토끼가 데굴데굴 구르자, 관객들이 와하하 웃었어요.

공연이 끝난 뒤 나래가 달려왔어요. “언니, 손바닥 달이 제일 재미있었어!” 누리는 웃으며 도담이에게 말했어요. “네가 달을 잡아 줘서 다시 할 수 있었어. 고마워.”

간식 시간이 되었어요. 누리는 옥수수를 집기 전에 세면대로 향했어요. 물을 틀고 비누를 눌렀지요. 퐁! 나래가 물었어요. “이번엔 왜 비누도 써?” 누리가 손가락 사이를 쓱쓱 문지르며 대답했어요. “물만으론 꼭 붙은 때가 남을 수 있거든. 비누 거품으로 떼어 내고, 물로 씻어 보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