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톨이와 까만 콩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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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따뜻한 콩밥을 담아 주었어요. 하얀 밥 사이로 까만 콩들이 쏙쏙 얼굴을 내밀었지요.

밤톨이는 숟가락 끝으로 콩을 밀어냈어요. “까만 돌 같아. 나는 밥만 먹을래.”

콩 하나, 콩 둘, 콩 셋. 그릇 가장자리에 까만 콩 언덕이 생겼어요. 그런데 그 언덕이 움찔했어요.

콩 하나가 밥그릇 밖으로 둥실 떠올랐어요. 아니, 누군가 콩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있었어요!

밤톨이가 몸을 숙였어요. 엄지손가락만 한 도깨비가 콩을 자루에 넣고 있었어요. “히히! 여기는 보물 산이네!”

“잠깐! 내 콩으로 뭐 해?” 밤톨이가 묻자 도깨비는 자루를 등 뒤로 숨겼어요. “안 먹는 줄 알았지!”

그때 도깨비의 눈이 반짝였어요. 옆에 놓인 엄마 밥그릇에는 콩이 더 많았거든요. 도깨비가 젓가락을 다리처럼 걸쳤어요.

“그건 엄마 밥이야!” 밤톨이가 젓가락을 치우자 도깨비는 숟가락으로 뛰었어요. 숟가락이 기우뚱! 콩 자루가 데굴데굴 굴렀어요.

도깨비가 자루를 쫓아 식탁을 달렸어요. 밤톨이도 손을 뻗었어요. 쏙! 도깨비가 빵 바구니 뒤로 숨었어요.

밤톨이는 빈 컵을 옆으로 눕혔어요. 그리고 바구니 반대편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어요. 놀란 도깨비가 달려 나오다가 컵 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밤톨이가 컵을 바로 세웠어요. 도깨비는 미끄러운 벽을 오르다 주르륵 내려왔지요. “콩 자루만은 돌려줘!”

밤톨이는 자루를 들여다보았어요. 반짝이는 보석도, 금화도 없었어요. “이 까만 콩이 그렇게 좋아?”

도깨비가 두 팔을 벌렸어요. “포슬포슬하고 고소한 보물을 네가 자꾸 밀어내잖아!” 밤톨이는 자기 밥그릇을 돌아보았어요.

“이게 포슬포슬하다고?” 밤톨이가 숟가락으로 콩 하나를 살짝 눌렀어요. 까만 껍질이 갈라지며 연한 속살이 드러났어요.

돌처럼 딱딱할 줄 알았는데, 콩은 부드럽게 눌렸어요. 밤톨이는 갈라진 콩을 이쪽저쪽 살펴보았어요. “겉이랑 속이 다르네.”

컵 안에서 도깨비가 까치발을 들었어요. “그거, 나 줄 거야?” 밤톨이는 숟가락을 자기 쪽으로 당겼어요. “잠깐. 나도 어떤 맛인지 알아볼래.”

부엌에서 돌아온 엄마가 식탁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밤톨이는 입술에 손가락을 댔어요. “쉿. 지금 콩의 비밀을 알아보는 중이야.”

밤톨이는 작은 숟가락에 밥알과 콩 반쪽을 함께 올렸어요. 후후 불고, 천천히 입에 넣었어요.

밥알 사이에서 콩이 포슬하게 부서졌어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어요. 밤톨이는 빈 숟가락을 한 번, 남은 콩을 한 번 보았어요.

“어때? 어때?” 도깨비가 컵 안에서 폴짝폴짝 뛰었어요. 밤톨이는 대답 대신 밥과 콩을 한 숟가락 더 떴어요.

밤톨이가 컵을 살짝 기울였어요. “나눠 줄게. 대신 엄마 밥에는 손대지 마.” 도깨비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어요.

작은 접시에 밥과 콩을 함께 담아 주었어요. 콩만 집으려던 도깨비에게 밤톨이가 말했어요. “같이 먹어 봐. 나는 이게 더 맛있어.”

다음 날에도 콩밥이 나왔어요. 도깨비가 식탁 모서리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어요. “오늘은 콩 안 골라?” 밤톨이가 숟가락을 들었어요. “골라야지!”

도깨비가 빈 자루를 활짝 벌렸어요. 그런데 밤톨이의 숟가락은 자루 쪽으로 가지 않았어요. 까만 콩과 하얀 밥이 함께 밤톨이의 입으로 들어갔지요. “밥이랑 콩이랑, 같이 올라오게 고르는 거야!”